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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풍성한 맛을 주는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

국내여행

by 우갈리 2020. 8. 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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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풍성한 맛을 주는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

 

 

민어를 구하려면 민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민어를 많이 취급하는 곳이 바로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에서 구할 수 있다. 신안군 앞바다에서 나는 민어는 대부분 증도로 가는 길목의 지도읍 송도 위판장에서 위판된다. 송도와는 다리로 이어졌다. 편하게 차로 들를 수 있다. 중매인들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민어를 자신의 상점에서 판매한다. 회를 뜨고 난 나머지 부산물도 챙겨서 주니 맑은 곰국으로 푹 끓여 먹으면 더없이 좋은 보양식이 된다. 민어는 성체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

 

 

▲ 민어 3.8kg 에서 5.3kg에 달하는 민어의 무게를 꼬리에 붙여놓았다.

 

 

▲ 민어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송도 위판장

 

 

기존 시장에서 보던 명태나 대구, 삼치 같은 생선보다 훨씬 큰 몸을 가지고 있다. 보통 작은 것이 3kg 중반부터 6kg 정도 까지 무게가 나가는 커다란 생선이다. 생선이 크니 먹을 것도 많이 나온다. 위판장 뒤에는 민어를 해체해서 회를 떠주는 곳도 있는데 위판장에서 구매한 후 부탁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먹기 좋게 회를 뜬 민어를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민어를 구입하면 먼저 위판장 뒤에 있는 손질해주는 집으로 들고 간다. 여기서 손질해서 2층 식당으로 가져다준다. 손질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가보니 베트남 등 동남아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민어가 크기 때문에 해체해서 손질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여름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지방에 일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물컹거리는 민어살을 회를 뜨기가 녹녹치 않아 보인다. 접시에 올라온 두껍고 둔탁한 모양의 회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큼직한 덩어리의 한국식 회가 민어맛을 보는 데에는 오히려 나아보인다.

 

 

 

 

▲ 민어 손질하는 모습

 

 

예전부터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하품”이라는 말이 있었다. 옛날부터 여름철 삼복더위를 나는 데 민어를 으뜸으로 꼽았다. 부레는 지금은 회로 먹지만 예전에는 속을 채워 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민어에 곁들이는 술은 바로 막걸리다. 신안군 지역 막걸리인 '지도탁주‘와 소주를 곁들인 민어와의 첫 만남, 민어는 일반적으로 고추냉이 간장보다는 쌈장에 찍어먹는 것이 제대로 맛보는 길이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초장이나 쌈장이 아닌 파, 다진 마늘, 참깨, 참기름을 넣어 만든 쌈장을 듬뿍 찍어도 그맛이 잘 어울리고, 신안의 특산물인 신안소금에 참기름을 넣어 먹으면 민어회의 쫀득함과 담백하고 비리지 않는 맛을 느낄 수 있다.

 

 

▲ 민어회와 왼쪽의 민어 부레

 

 

 

 

▲ 민어 회에 잘 어울리는 탁주와 소주

 

 

 

▲ 민어껍질 무침

 

 

 


여기에 민어 부레와 껍질 무침은 마치 콘서트의 중간에 나오는 깜짝 게스트같다. 고소한 맛과 찰지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복어껍질과 비슷한 느낌의 껍질무침도 맛보지 않았으면 2% 부족한 미식기행이 되었을 뻔 했다. 처음에는 민어의 날껍질이 무슨 맛일까 하고 반신반의하다가 신선한 민어의 줄무늬가 선명한 껍질을 깨와 아주 약한 기본 양념으로 무쳐낸 것을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탁배기를 한 잔 곁들이니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민어의 풍성한 맛이 느껴진다. 민어가 맛있다는 것이 ‘바로 이 맛 일거야’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떤 글을 보니 “민어 껍질에 밥 싸먹다 전답 다 팔았다”는 식담이 있을 정도란다. 나만 몰랐던 민어 껍질의 맛이다. 하기야 이런 귀한 산해진미의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날 같이하신 분은 탄산이 강한 지도 막걸리와 민어가 잘 어울린다고 했고 지도 막걸리가 없으면 맥주나 화이트 와인과 민어를 같이 먹으면 좋다고 민어와 맞는 술을 추천해주었다.

 

 

 

 

회의 마지막은 언제나 매운탕이다. 민어는 매운탕으로 먹어도 좋지만 맑은 탕으로 먹는 것이 민어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마치 진하게 우려낸 사골같은 뽀얀 국물에 민어살이 들어있는 맑은 탕은 진하고 깊은 민어의 또 다른 맛이다. 민어는 여성들에게 특히 좋아 해산한 산모도 민어탕을 먹었다고 한다. 민어가 없으면 잉어탕을 먹기도 했다.

 

 

 


생선이 신선하면 국물에서 단맛이 난다. 예전에 먹었던 통영의 도다리 쑥국에서도 생선의 단맛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여기 민어탕에서도 민어에서 단맛이 난다. 혹시 무에서 단맛이 나나 했지만 그것은 아니다. 생선에서 우러나는 단맛이 분명하다. 민어탕에 신선하고 달고 진한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낮술의 알딸딸한 기운을 일순간 몰아버리고 다시 술을 부른다.

 


민어(民魚)

 

입이 크기는 농어와 닮았는데 / 巨口同鱸狀
비늘은 농어보다 조금 크다네 / 纖鱗少有差
피부는 풍성한 살로 채워졌고 / 肌充豐膳足
창자는 속현을 가득 안은 듯 / 腸抱續絃奇
솥에 끓이면 탕이 맛있지만 / 入鼎湯猶可
회를 치기에는 좋지 않아라 / 盤膾不宜登
보시라 건조시킨 뒤에는 / 當看乾曝後
밥 먹을 때 손이 먼저 가리라 / 臨飯手先持


옥당 이응희 (1579년(선조12)∼1651년(효종2))선생이 민어를 주제로 생전에 지은 오언절구의 한시이다. 이미 이 시대에도 민어의 맛을 잘 알았던 것 같다. 탕과 회 그리고 민어를 말려서 먹은 것을 시로 기록하였다. 제일 먼저 탕을 언급한 것 보면 옥당 선생도 민어탕의 깊은 맛에 매료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민어를 말린 민어 건정도 굴비만큼이나 입맛을 돋우던 별미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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