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부다비의 랜드마크 격인 웅장한 그랜드 모스크.
2 왕의 사저로 지어졌다 현재는 7성급 호텔로 운영되는 에미레이츠 팰리스 호텔의 입구.
3 모던과 전통 건축양식이 결합된 몰 형태의 더 수크 앳 센트럴 마켓.
4 에미레이츠 팰리스 호텔의 화려한 천장 장식.
5 석양이 질 무렵 샹그릴라 호텔 스위트룸에서 바라본 그랜드 모스크로의 황홀한 전망.
6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샹그릴라 호텔 펄(Pearl) 바의 저녁 풍경.
햇살이 창 너머로 화사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카페 안. 검은 차도르를 걸친 여인 두 명이 스토케 유모차를 밀고 들어서고 있다. 곧이어 친구인 듯한 금발의 곱슬머리 여인이 그들과 함께한다. 잠시 후 아랍식과 콘티넨털 스타일의 브런치가 그녀들 앞에 차려지고, 이어지는 그녀들의 수다는 햇살처럼 조곤조근 경쾌하고 가볍기만 하다. 뉴욕이나 파리의 한 카페 풍경이냐고? 이곳은 아랍 에미레이트의 수도 아부다비의 셰익스피어 카페다.
아부다비(Abu-Dhabi). 아라비아반도의 7개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아랍 에미레이트 연방(UAE)의 수도이며 세계 석유 매장량의 1/10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 국가. 이곳을 이 시점에서 거론하는 것은 한 템포 늦은 것일까, 혹은 너무 이른 것일까? 아부다비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오일 고갈로 인해 지칠 줄 모르던 두바이의 고공성장이 주춤해지며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였고(아부다비는 이때 에미레이트 연합의 맏형으로 멋있게 부채 해결사로 나섰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의 개봉과 비슷한 시기였으니 사실 약간은 뒷북인 느낌이 있다. 게다가 최근 <미션 임파서블 4>가 개봉되면서 다시 두바이의 울트라급 미래 도시적 면모가 부각되다 보니 장 누벨의 루브르 박물관이며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등 대건축가들의 작업이 아직은 개발일로에 있는 아부다비가 한참 멀었다는 인상 역시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만일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놓고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단연 아부다비를 꼽겠다. 그 이유는 이렇다.
두바이는 최고로 높은 건물, 최고로 큰 몰, 최고로 비싼 것들로 온 도시가 채워져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두바이의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는 마치 바벨탑을 연상시키며 왠지 탐해서는 안될 것을 얻고자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이기적 탐욕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두바이의 성장에 반기라도 들 듯 아부다비는 보다 개념 있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부다비는 ‘플랜 아부다비 2030’을 발표하며 미래 도시로의 성장을 제시하고 있고 석유자원의 고갈 이후를 대비한 ‘그린(Green) 정책’도 활발히 펼치며 ‘그린 시티’로의 착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손잡고 아부다비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형성하며 도시의 그림을 바꾸고 있다. 바로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등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업이 속속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가 ‘돈으로 무장한 도시’ 같은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아부다비는 현명하게도 ‘아트와 라이프스타일의 결합’을 개발 앞에 내걸고 아부다비의 각 지역적 특성에 맞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일 먼저 개발의 무대가 되었던 곳은 ‘야스 아일랜드’. 2009년 F1 경기를 유치하며 건설한 마리나 서킷과 새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페라리 월드, 독특한 외관의 야스 호텔 등이 건설되며 야스 아일랜드는 레저타운으로의 성격을 띠고 급부상했다. 또 하나, 지금 왕성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사디앗 아일랜드’. 아부다비 국민들이 주말이면 피크닉을 가던 이 아름답고도 서민적인 섬은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장 누벨의 루브르 박물관, 안도 다다오의 해양 박물관, 자하 하디드의 퍼포밍 아트센터 등 각종 뮤지엄과 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서며 한 차원 높은 라이프스타일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사 현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사디앗 아일랜드 홍보관에서 그 청사진과 전시를 돌아보고 있노라면 2013년 완공될 모습이 너무도 기대되어 흥분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헬릭스(Helix)’나 ‘다이아몬드 링(Diamond Ring)’ 등 아부다비 곳곳에 건설되고 있는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호텔들. 바로 우리가 아부다비를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면서도 휴양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갖춰가는 아부다비는 그래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고 설레는 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부다비의 현재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여행이란 자고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아부다비가 정답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부다비는 우리의 입을 현혹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 우선 미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들이 아부다비에도 속속 오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세계 곳곳에 브런치를 늘려 나가고 있는 유기농 브런치 레스토랑 ‘르 뺑 코티디엥(Le Pain Quotidien)’이 작년 오픈했으며, 콜레스테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부다비 국민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존스 더 그로서(Jones the Grocer)’가 있다. 물론 콜로니얼 스타일의 로맨틱한 공간에서 브런치와 민트티를 즐길 수 있는 셰익스피어 카페(Shakespeare Café)는 아부다비 여성들로부터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잘 차려입고 근사한 디너를 즐기고 싶다면 유명한 여행 정보지 <타임아웃>에서 아부다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한 프렌치 레스토랑 ‘보르도(Bord Eau)’가 있다. 또한 런던 유일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자 런던에 아시안 푸드 열풍을 몰고 온 알란 야우의 퓨전 중식당 ‘하카산(Hakkasan)’이 에미레이츠 팔래스 호텔에 둥지를 틀었다. 깊어가는 밤이 아쉽다면 샹그릴라 호텔에 자리한 펄&캐비어 레스토랑&바가 제격이다. 2층의 테라스바로 올라가면 블루 컬러의 조명이 몽환적인 가운데 샴페인 한잔과 함께 아부다비의 상징적 이미지인 그랜드 모스크로의 나른하고도 환상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현대 도시로서의 아부다비가 아니라 전통적인 모습을 경험하고 싶다면 사막 사파리에 도전해볼 것.
호텔을 통해 예약할 수 있는데 랜드로버나 랜드크루저 같은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사막 언덕을 액티브하게 질주하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베두인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간략한 코스이다. 사막에서는 모래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샌드 보드를 즐길 수 있고 이후 베두인 마을에 들러서는 낙타타기를 체험하고 벨리댄스 공연을 감상하게 된다. 이때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물담배를 피우는 것. 물론 아부다비 시내에서도 테라스 카페에서 물담배를 피울 수 있지만 손과 발에 헤나 문신을 체험하고 에스닉한 카펫에 앉아 향긋한 사과 향을 맡으며 물담배를 피우는 것은 그 어떤 순간보다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해가 모래사막 저 어딘가로 떨어지고 하늘이 짙푸른 색으로 잠시 멈춘 매직 아워. 주변을 채우는 이국적인 선율과 하얀 연기를 타고 공기를 떠도는 물담배의 사과 향기.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지키고 있던 긴장을 잠시 놓아주면 어느 순간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장면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간다. 달콤한 몽상. 아부다비가 선사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선물을 받을 시간인 것이다.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과 사막, 웅장한 그랜드 모스크가 아부다비의 전부가 아니다. 세계 건축사에 점 찍을 만한 랜드마크적 건축을 향유하고 미각 기행을 충족시키며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늦은 오후 시간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게으름을 피워보는 것. 근사한 요트가 늘어선 마리나 몰에서 쇼핑을 하고, 힙한 클럽에서 트렌디한 음악을 즐기며 해변을 향한 오픈 테라스에서 물담배를 피우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근교의 사막 사파리를 즐기는 이국적인 체
험. 그 모든 것이 아부다비에서는 가능하다. 아부다비는, 이런 저런 이유를 굳이 갖다 대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너무도 매력 있는, 머물고 싶은 도시다.
1 샹그릴라 호텔의 운하를 따라 도는 낭만적인 곤돌라.
2 독특한 인테리어로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셰익스피어 카페.
3 하얏트 호텔이 입주하게 될 아부다비 국제 전시장 건물의 독특한 외관.
4 하얀 요트가 정박한 마리나 뒤쪽으로 거대한 규모의 마리나 몰이 보인다.
5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에미레이츠 팰리스 호텔.
6 사디앗 홍보관에 설치된 구겐하임 박물관 모형.
7,8 모던과 전통 양식이 결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더 수크 앳 센트럴 마켓.
1 도자기와 카펫, 각종 이국적인 소품을 살 수 있는 이란 시장.
2 헤리티지 빌리지 내의 모스크 입구.
3,4 사막 여행의 끝에 다다른 베두인 빌리지에서는 헤나 문신과 물담배를 경험할 수 있다.
5 풍성한 채소와 과일 천국인 채소 시장.
6 세계 최대의 수공예 카펫이 깔린 기도실. 최대 4만 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7 헤리티지 빌리지 입구.
8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뒤집어질 듯 사막을 질주하는 짜릿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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