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임대법에 관한 몰라도 되는 불편한 사실들 - ike shin 님의 글

<미국의 임대법에 관한 몰라도 되는 불편한 사실들>

 

1. 주진형 의원은 오늘 페북에 올린 글에서 "내가 실제로 경험 했던 외국의 경우는(미국과 호주) 계약갱신이 원칙이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계속 지급하는 한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도 없고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할 수 없다." 라고 했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사실이 아니다. 임차인(세입자)의 권리가 가장 많이 보장 받는다는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2. 주거용 부동산의 임대 계약은 6개월이나 2년 계약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1년 계약이 많으며 1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month-to-month로 자동으로 바뀐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1년 연장이 아닌 1개월짜리 계약으로 바뀐다는 것인데 month to month 기간 중에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약속한 기간(보통 1-2개월)을 두고 계약 해지를 상대 측에 통보하면 계약이 끝난다. 임대인이 통보한 경우 임차인은 그 기간 내에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3. 물론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도 임차인이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그러면 임대인은 법원에서 퇴거 명령을 받아 경찰을 통해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퇴거를 시킬 수 있으며 이 eviction 절차는 주마다 다른데 2주에서 3개월까지 걸린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낸다고 계속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현재 캘리포니아는 한시적으로 코비드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세를 못내는 임차인이 많아 올 9월까지 강제 퇴거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다.

 

4. 캘리포니아는 올 1월 1일부로 주 전체에 대해 1년 이내에 렌트비를 5% + 물가인상율 (최대 10%) 이상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에는 해당되지 않고 계약 시점 기준으로 15년 이상된 낡은 건물에만 해당된다. 미국에서 임차인의 권리가 가장 강하다는 캘리포니아에서도 1년 이내에 10%까지 올리는 것은 가능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고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에는 원하는 렌트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5. 코비드 바이러스로 하이테크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비싼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벨리를 떠나 시 외곽으로 옮기는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렌트비가 급격이 하락하고 있다. 전년 대비하여 에어비앤비, 트위터, 우버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12%, 구글이 있는 마운틴뷰와 애플이 있는 쿠퍼티노는 15%, 어도비, 시스코가 있는 산호세는 8%가 내렸다. 애플과 구글 등 회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하는 것으로 이미 발표를 했기 때문에 렌트비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6. 1994년에 샌프란시스코는 기존의 대형 임대 단지(수십에서 수백 채의 규모의 임대 아파트 단지 등) 뿐 아니라 4가구의 이하의 소규모 임대 건물에 대해서도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25년이 지난 작년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은 단기적으로 임차인의 거주 유지를 향상시켰으나 장기적으로는 임대인들이 임대를 포기하고 수리하여 매물로 내놓는 바람에 약 30% 가량이 임대 시장에서 사라져서 임대용 주택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

 

7.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80%가 일어나고 이게 미국인지 어디 제3 세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노숙자가 길거리에 즐비한 가장 위험한 지역인 Tenderloin 지역은 원래 Miles Davis 같은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클럽과 고급 호텔 등이 즐비한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유흥가이며 문화 중심지였다. 이 지역에 렌트비 인상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타 지역에 비해 훨씬 싼 렌트를 받아야 하는 건물주들은 건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건물은 점점 낡고 부실해졌고 건설회사들은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이 지역에는 새롭게 개발을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점차로 이 지역은 슬럼화되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여행 책자에 대낮에도 절대 가면 안되는 위험한 곳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8. 미국에서 임차인/세입자 보호가 가장 강력한 캘리포니아에 집 없는 노숙자가 가장 많다. 임대 수요는 많은데 임대업을 하게 힘들게 만들어 공급이 안되니 임대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최하위층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